재건축 아파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재건축의 성지였던 강남 아파트들도 건설사 수주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재건축 공사비 대폭 인상으로 조합과 건설사의 타협이 쉽지 않습니다.
서초구 한 아파트는 평당 공사비가 17년도에 569만 원에서 24년 1300만 원까지 무려 2배가 넘게 올랐고, 서초구의 다른 아파트는 분담금이 기존 3~4억에서 12억까지 올랐습니다.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공급 부족으로 집값은 더 올라갈까요? 부동산 시장을 흔들 재건축 아파트와 집값에 대해서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재건축 아파트 열풍과 건설사의 분양가 올리기
1962년 세워진 마포주공아파트는 용적률 87%에 6층짜리 아파트였습니다. 이 아파트는 1994년 재건축 후 입주하였습니다. 낮은 용적률 덕분에 사업성이 좋았고 조합원들은 재건축 과정에서 큰 수익과 함께 용적률 277%의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파트 재건축 열풍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재건축 조합을 결성하면 용적률을 높여주는 특혜를 주었습니다.
대한민국 초창기 아파트들의 용적률은 90% 정도였으며 재건축을 하면 250~300%로 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가구들을 분양하여 수익을 내고 기존 조합원들은 분담금은커녕 오히려 돈을 받고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죠.
이렇게 수익률이 좋으니 건설사들은 재건축 아파트를 수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경쟁 과열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및 전세비를 지원해 주고 분양 수익을 나눠주기까지 하였습니다.
건설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가를 계속 끌어올렸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집값도 계속 올라갑니다.
여기서 문제가 또 발생합니다. 건설사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강남지역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지었고,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지방아파트의 분양가를 높여 메꿨습니다. 따라서 집값 상승의 온기는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분양가 상승 = 집값 상승
이주비, 전세비를 지원받은 조합원들은 먼 타 지역이 아닌 주변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 때문에 주변 아파트의 전세가격을 끌어올렸고, 전세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매매가격도 같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올라가는 집값을 보고 사람들은 아파트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 투자가 인기였습니다.
어려워진 재건축과 뒤바뀐 입장
지금까지 이런 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에서 말했던 용적률 상향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건축비 상승으로 투자 상품으로써 인기가 떨어졌고, 요즘 재건축은 분양 수익이 아닌 조합원들의 돈으로만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자 정부에서 사업성을 높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300% 미만이었던 용적률을 400%까지 올려주고 앞으로는 더 올려줄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용적률을 상향시켜도 그만큼 공사비도 드라마틱하게 올라간다는 것이죠. 높이 올릴수록 건설 공법과 자재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공사비를 천정부지로 올라갑니다.
요즘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되어 너도나도 재건축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건설사는 부실 PF 문제로 부도가 나거나 재정에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사업장은 늘어났지만 그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건설사는 줄어든 것이죠. 이제는 조합이 건설사를 모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콧대가 높아진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증액하여도 조합에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재건축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집값이 지금에서 1.5배 정도 크게 오르거나 건축비가 하락해야 합니다. 아니면 다른 건설사들의 자금 상황이 나아져서 많은 건설사들이 수주경쟁에 뛰어들어야 하지요.
공급부족으로 집값 상승?
이렇게 재건축이 안된다면 공급이 줄어들어 집값이 올라간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신축 아파트는 단기적으로 오를 것입니다. 문제는 재건축을 기대하던 오래된 구축아파트입니다. 이런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시작되고, 만약 미국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대부분 투자용으로 사놓은 재건축 아파트는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이후 신축 아파트도 5~10년이 지나면 신축 효과가 떨어지고, 시간이 더욱 흘러 15년이 지나면 어중간한 구축이 되어버리겠죠.
다른 나라와 비교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집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럴까요?
프랑스 도심은 고도제한, 용적률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시내 건축물 높이를 최대 37미터로 제한하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은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용적률을 계속 상향하는 방식으로 서울집중화를 유지한다면 인프라 부족 및 환경 파괴가 필연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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