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의견일치가 되어야지 지어질 수가 있는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어려워집니다. 아파트 재건축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 7가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 둘이서 식당을 정해서 가기는 쉽지만, 30명이 되는 회식자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아파트 재건축은 보통 1000세대 이상이 되니 어떻게 만족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자신의 전재산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일치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첫 번째 이유. 단지 내 사람들의 입장 차이
건축면적과 토지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80년대와 200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같은 35평이라도 대지지분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대장을 떼어봐도 다른 자료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같은 단지 안에서도 위치가 다릅니다. 위치에 따라 역세권, 학교, 한강이 가까운 동이 다 다르고, 그 안에서 각자 자기가 가진 조건이 더 좋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런 차이를 부동산감정평가원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고 이를 화폐로 된 금액으로 표시하는 작업)에서 정확하게 계산을 해주지만 잘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30년 전에 3억으로 집을 산 사람과 작년에 30억으로 집을 산 사람을 비교해 보면, 작년에 집을 산 사람은 현재의 개발부담금이 너무 부담될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70,80세 노인분들은 재건축 이후, 그때 되면 요양원 혹은 다른 곳에 거주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재건축을 찬성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 아파트와 상가 갈등
3천 세대 아파트에 100명 정도의 상자 주인이 있습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1/30 정도입니다. 조합이 결성이 되면 아파트 주민들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되지만, 상가 주인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가가 너무 큰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립니다. 상가 대장을 떼어보면 대지지분이 나오는데, 늘어난 상업 면적을 분양해서 공사비에 충당하여 개발분담금을 줄입니다. 하지만 보통 상자 주인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여 개발부담금이 늘어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 상가 분양 문제
상가들은 10평~15평 정도로 쪼개져있습니다. 이 정도 평수의 상가를 분양받는 데는 7~10억 정도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보통 여윳돈으로 상가를 분양받기 때문에 이보다 더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들어 작은 규모로 쪼갭니다. 상가를 분양받으면 150~20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정도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는 가게는 부동산중개업소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높기 때문에 1채만 거래해도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건축 완공된 아파트 상가를 가보면 대부분 부동산중개소만 있습니다. 따라서 상권이 빈약해져서 사람들이 안 찾게 되고, 사람들이 안 찾으니 임대가 안 들어오는 악순환이 됩니다. 식당을 만들고 싶어도 쪼개진 상가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서 요식업도 들어오기 힘들고 따라서 상가 개발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네 번째 이유. 공사비 상승
최근 강남의 어떤 아파트는 건설사에서 평당 공사비를 1350만 원으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예전엔 평당 500~600만 원의 공사비가 들었는데, 지금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현재 건설사는 평당 900~1000만 원에도 잘 안 지으려고 하고, 어느 메이저 건설사는 23년에는 아예 수주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입니다. 섣불리 수주하면 오히려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비가 올라가니 역시 개발부담금이 역시 올라갑니다. 문제는 공사를 착공해도 인플레이션 상황에 또 공사비를 올리면 조합과 건설사의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악순환으로 소송기간 때문에 공사 기간도 길어지고 공사비가 그 사이 또 오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유. 아파트 정책과 시장의 악순환
점점 재건축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도래하면, 시에서는 개발촉진을 위해 개발을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여 아파트 가격에 반영이 됩니다. 더 높아진 아파트 가격을 주고 들어온 사람들은 재건축 이후 더 높은 아파트 가격과 더 적은 개발분담금을 원합니다. 결국 '첫 번째'에 이야기했던 조합과 의견일치가 되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섯 번째 이유. 정치질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조합장이 뽑히면 비대위가 항상 만들어지는데, 동시에 두 개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단지는 재건축 진행되는 동안 15번의 조합장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곱 번째 이유. 시와 조합 간 줄다리기
재건축을 시작하면 시장은 어떻게든 공익적인 것을 넣어서 표를 얻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본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시와 조합 간의 협상 줄다리기가 이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기부채납과 임대비율의 정도가 있겠습니다. 딜레마는 시와 협상을 하기 위해 나간 사람은 조합장이지만 조합장이 협상을 해도 조합들이 동의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장과 조합원들이 불협화음이 계속 이어지면 조합장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아파트는 재건축이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재건축을 쉽게 하기 위해서 단지를 쪼개면 의견일치를 보다 쉽게 이룰 수 있고, 각 단지별 특징과 디자인이 차별화되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는 큰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 그런 단지는 설계를 잘하면 도시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이런 기회는 사라지게 됩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투자는 지금도 괜찮을까? 외면 당하는 미국 채권 시장 (0) | 2024.06.11 |
---|---|
무순위 청약이란? 종류와 신청 조건, 주의할 점 (0) | 2024.06.05 |
경제란 무엇인가? 왜 배워야하는가? (0) | 2024.05.30 |
은행 지급준비율, 돈 이야기(마르크스 자본론, 노동자와 자본가의 차이) (0) | 2024.05.28 |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모두 투자에 등 돌릴 때 용기가 필요한 이유,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0) | 2024.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