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일본은 왜 금리를 인상 했을까? (버블 경제의 역사와 트라우마)

by 코알라 이코노미 2024. 3. 20.

서론

일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 2024년 3월 18~19일 일본은행(BOJ, Bank Of Japan)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립니다. 이어 19일과 21일에는 미국 FOMC와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회의도 열릴 예정이고요. 연이은 주요국의 통화정책회의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높은 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0.1%)를 해제하느냐입니다. 시장 예상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일본이 오랫동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왜 일본은 지금 금리를 인상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 내막을 일본의 경제 역사와 함께 차근차근 알아보고자 합니다.

일본-금리인상

※ 본 포스팅은 24년 3월 18일에 작성되었습니다.

※ 3월 19일 일본은행(BOJ)은 17년 만에 기준금리 0.1% 인상했습니다.

 

 

일본 버블 경제의 서막

일본이 오랫동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버블 경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980년대 석유파동으로 인해 미국 달러 강세와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술력이 탄탄한 일본의 대기업들(JVC,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혼다, 캐논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였고 미국의 존재를 위협할 정도로 일본은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합니다. 이를 가만두고 볼 수 없었던 미국은 1985년 9월 22일에 프랑스, 서독, 영국, 미국, 일본의 재무장관들을 모아 플라자 합의를 진행합니다. 뉴욕 맨해튼의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로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 화폐들(특히 일본 엔화)의 가치를 올리도록 합의를 한 것입니다. 이 합의로 인해 엔화 가치가 올라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하며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1986년에 일본은 석유 파동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엔고 시대에 돌입한 일본은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양적 완화 정책(금리 인하 +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을 펼쳤고 그 돈은 부동산, 주식으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이후 하루가 다르게 자산들이 폭등했고 이는 엄청난 경제 버블을 만들게 됩니다. 당시 어느 정도였냐면 "도쿄 땅을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라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고, 버블이 어느 정도 꺼진 1994년 일본 GDP가 5조 달러였는데, 27년 후인 2021년 일본 GDP도 5조 달러였습니다. 27년 동안 화폐가치의 하락까지 생각해 본다면 엄청난 버블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의 부작용과 마이너스 금리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자산 가치에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져만 갔고, 결국 일본은행은 1988년 9월에 2.50%이던 기준금리를 1990년 12월 6.00%까지 올리게 됩니다. 이에 더해 1991년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 정책으로 주식, 부동산은 폭락하고 버블 경제는 몰락하게 됩니다. 엄청난 부를 가졌던 자산가들은 한순간 몰락하였고 이는 곧 일본의 내수 경기 침체를 뜻했습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일본은 단계적으로 금리를 내렸으나 경기는 쉽게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금리는 2016년 2월 -0.1%까지 내려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물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즉 돈을 은행에 맡기지 말고 쓰라는 의미였습니다.

 

 

일본은 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을까?

'잃어버린 10년, 30년', 장기 경기 침체를 겪은 일본. 이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이 24년 3월 금리 인상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입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소비자물가지수는 1982년 이후 최대인 3.1% 상승했고,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 총 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평균 임금 인상률이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 포인트 높은 5.2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은행 총재는 임금 협상 결과가 중요한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시사해 왔기에 일본 언론들도 일본은행의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외 금리 인상의 다른 이유는? 일본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한 번 맞아본 사람이 아픈 걸 안다'라고 일본은 또다시 버블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합니다. 무려 34년 만에(24년 2월) 전고점을 뚫은 닛케이 지수,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주택가격. 버블의 무서움을 아는 일본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이 빡빡하게 가계 부채를 관리하는 것처럼요. 일본은 이런 대내외적인 경기 회복이 반가울 것입니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 회복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과거 선례를 바탕으로 조금 쉬어가는 의미로 금리를 인상하려는 것 아닐까요?

일본-기준금리
일본 기준금리 그래프

 

 

금리 인상 트라우마

여담으로 일본은 몇 차례 금리 인상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① 88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겪은 자국 부동산 버블 붕괴

② 2000년 0.25% p 금리 인상 이후 미국 닷컴버블 붕괴

③ 2007년 0.5% p 금리 인상 이후 미국 금융위기까지

자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어쩌면 예견된 일이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나머지 두 건의 위기는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그동안 역사를 돌아보면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긴축은 미국→유럽→일본 순으로 진행됐는데 이게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번에도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더 이상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